엄마들의 놀이터

엄마들의 놀이터

똑똑한 엄마, 지혜로운 엄마, 현명한 엄마, 착한 엄마, 따뜻한 엄마, 좋은 엄마…. 이중에 하나라도 되고 싶은데 정작 현실의 육아는 지치고 힘들기만 하다고요? 다른 엄마들은 멋지게 육아하는데, 나만 부족하고 나만 서툰 것 같다고요? 아이도, 남편도,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고요? 아무래도 저 중에 내 이름은 없는 것만 같다고요? 단지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한 이곳. '엄마들의 놀이터'는 어떤 엄마들이라도 마음 터놓고 쉴 수 있는, 따뜻하고 행복한 라디오가 되고 싶습니다.

진행 정영희

청취자 게시판

몸안에 씨앗을 품고 사는 사람.

작성일: 2018.03.23작성자: Cocochanel

서른여섯..
빠르지는 않은 나이에 이 사람을 만나
서른일곱..
결혼이란걸 드디어 하게 되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이가 바로 생겨 지금은 세식구로 살고 있는 서후엄마에요.
요새는 난임부부들도 많고 느즈막히 한 결혼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하나님이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결실을 맺게 해주셔서 하루하루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다들 아실거에요..
이제 14개월. 돌이 막 지난 아이들이 얼마나 이쁜지.
그런데 가끔은 투정을 하죠.
왜 늙은 엄마를 만나서 왜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저희 아이요,
카시트거부. 유모차 거부. 부스터거부.
통잠이 뭔지..이제껏 안깨고 잠을 자준게 손으로 꼽아요.
적게는 한두번, 많게는 대여섯번씩 깨서 울고 앉아있고..
그래서 저희 부부는 아직도 각방생활중입니다ㅠ 덕분에 서후는 엄마없인 잠도 못자게 됐고..
완모아가라 그런가 밤엔 분유먹이기 시도도 젖병거부 아가라 실패.
울어도 무시하고 그냥 자기. 실패..
많이 먹이고 재워보기..부스터 거부 덕분에 돌아다니는 아가한테 한시간씩 밥을 먹이고 있고..
너무 힘든데도 정말 이뻐서 참고 살고 있어요.
언젠간 통잠만이라도 자 주겠지 하면서요^^
그런데 저에겐 더 큰 걱정이 있어요.
FAP 라고 아시나요?
가족성용종증 이라고..
대장에 무수히 많은 용종들이 생기고 그 용종중 하나는 100%암으로 발전되서 대장 전체를 잘라내야하는 난치성 유전병입니다.
네, 저희 신랑은 몸속에 그 씨앗을 품고 살았어요.
결혼얘기가 나올때즈음 그 소식을 듣게
됐고 가슴 밑부터 배 아래까지의 수술 자국을 봤어요.
느즈막히 만난 이 사람..
그래서 그동안 몇 인연들을 놓쳤나..
정말 좋은 사람인데 그래서 혼자였구나 싶었어요.
여기저기 찾아보니 그게 또 대장에만
생기는게 아니라 소화기 내에 불특정하게 생기나보더라구요.
6개월마다 내시경을 해야하고 내시경 하면서
작은건 잘라내고 큰건 수술도 해야한답니다.
그래..혼자인 나에게 보내준 이사람.
말기암이 될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있는데 6개월 마다 검사하면 그럴일은 없겠지.
차라리 낫겠다. 싶었어요.
자기 합리화였겠지요.
그런데..아기가 태어나고 보니. 너무나 슬픈 마음이 떠나질 않네요.
고통도 고통이지만 대장이 없다보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불편한게 많아요.
우리 서후가..그 큰 아픔을 갖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희 신랑. 죽는줄 알았대요..너무 힘들게 아팠던가봐요.
그걸 저는 가볍게 지나쳤나봐요.
아버님도 모르셨다가 신랑이 실려가고 검사하고 그게 유전병인걸 알고 그때 같이 검사하고 수술해서 잘 살고 계시거든요.
신랑은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그런지 아버님보다 용종들이 더 잘생기는거같더라구요.
화장실 문제도 아버님은 더 수월하신거같구요. 시골에 살고 계셔서 그런진 모르겠네요.
우성 유전자이긴 하지만 유전 확율이 50%라고. 어떤 분이 자녀2명중 한명은 꼭 받는다고..
어떻게 50%확율이 자녀2중 한명이 꼭 걸리는거지? 한명 당 50%면 안받을수도 있지않을까?
주위 친구는 서후가 클때즘이면 좋은 약이
나올거라고 위로 해줬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기도만 하게 되네요.
이렇게 이쁜 아이를..
우리의 사랑으로 또 다른 형제를 만나게 해주고싶은데 그것도 걱정이고..
왜 나만 그런 몹쓸 병에 걸린거냐며
먹는거 하나 맘대로 먹지도 못하고 몸걱정 하며 세상속에서 힘들게 살 생각을 하니..
부모님 원망을 하게 될지도 모르구요..
모르지만 신랑도 아마 부모님 원망도, 기도도..엄청 하면서 힘들게 살았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모든게 걱정이에요.
둘째 아이를 갖는것도..
인생의 반려자 건강도..
서후의 건강도..
늘 기쁘다가도 한편으로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아직 부모님도 모르시고..
쉽게 말 할 수가 없더라구요.
나중에 서후가 아파서 알게 되시면 얼마나
슬퍼하실지..
제발 저희 아기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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